잠시 멈췄다 다시 출발하는 열차. 그 안에는 사람이 있다. 한시가 바쁜 출근길, 나는 계단 가장자리에 ‘죽은 듯 멈추어 선’ 남자를 본다. 나는 죽음의 바다(死海)의 바위 요새 마사다를 떠올리고, 남자는 열차가 다가오는 선로에 누워 눈을 감는다. 어두운 터널 저편에서 오는 탁한 바람이 열차인지 적군인지 모른 채.
이단은 지난 2월 12일 계단에서 굴러 다리가 부러졌다. 전치 6주의 진단, 공교롭게도 가문회의가 있는 날. 결국 회의는 가지 못하고 그로부터 한 달 넘게 입원하게 된다. 열흘 만에 찾아온 첫 문병객이자 먼 친척 piq는 이단의 회의불참에 원로들이 언짢아한다고 전하며, 파문 대상에 이단이 포함되어 있다고 말하는데.
아내를 죽이고 나는 일렉트릭글루미랜드를 만나러 간다. 아내를 죽일 상상을 하던 나는 ‘당신은 나를 좀 몰라요’라는 타이틀의 블로그를 발견한다. 다름 아닌 아내가 운영하는 블로그인 그곳에서 아내의 다른 면모들을 발견하고, 자신이 모르는 비밀이 있다는 사실에 호기심인지 관심인지 모를 감정에 휩싸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