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장에서 먼지 쌓인 책을 정리하다가 역사책 하나를 잡았다.
첫 장을 여는 순간 먼지가 파르르 날렸다.
책의 글자들이 한 올 한 올 일어서더니, 먼지를 털어내며 공중으로 날아갔다.
날아간 글자들이 다시 뭉쳐 철갑옷에 다섯 자루의 칼을 찬 장군으로 되었다.
나는 깜짝 놀랐다.
노인이 문을 열고 비닐하우스 바깥에 놓인 의자의 눈을 쓸어내고 앉았다.
저 멀리 눈에 덮인 산의 능선들이 하얀 파도처럼 달려왔다.
밤새 눈이 참 많이도 내렸다.
온통 눈의 나라였다.
새도 날지 않고 바람도 불지 않고 눈 위로는 오직 햇살만 하얗게 내렸다.
노인은 조용히 눈을 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