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스터리아 별장의 모험
"흠, 말재주가 교묘한 변호사라면 가르시아를 죽인 것을 정당방위로 우길 수 있겠는걸. 그들에게는 과거의 무수한 범죄가 있었겠지만, 이곳 영국에서 재판에 걸 수 있는 것은 이번 사건 뿐이잖나." 베인스 경감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법이라는 것이 그렇게 만만치는 않습니다. 정당방위라는 것이 있기만 하지만, 살해할 목적으로 유인한다는 것은 비록 자신의 목숨이 위험하다고 해도 범죄가 성립됩니다. 이번 길드퍼드의 순회 재판에서 하이 게이블 저택의 일당을 재판하게 된다면, 그런 주장이 먹혀들 수는 없을 겁니다." 하지만 '산 페드로의 호랑이'는 법의 심판을 받지 않았다. 교활하고 대담한 무릴로와 로페스는 경찰을 따돌리고 런던의 뒷문을 통해 감쪽같이 영국을 빠져 나갔다. 그 뒤 6개월 가량 지나, 마드리드의 에스쿠리알 호텔에서 몬탈바 후작과 그의 비서인 롤리라는 사람이 살해되었다. 범행은 혁명당원이 한 것으로 추측되었으나, 끝내 범인은 체포되지 않았다. 베인스 경감은 일부러 베이커 가를 찾아와 그 후작과 비서의 사진을 보여주었는데, 그것은 틀림없는 무릴로와 로페스의 얼굴이었다. 늦기는 했으나 마침내 정의의 심판이 내려진 것이다. "정말 얽히고 설킨 사건이었네. 와트슨. 두 대륙이 관계되고, 두 패의 정체 모를 외국인이 등장하고, 게다가 전형적인 영국신사 에클스 씨가 조역으로 출연하는 바람에 일이 더욱 복잡해졌지. 그 신사를 끌어들인 것으로 보아, 죽은 가르시아가 철저하게 일을 계획하여 자신을 지킴으로써, 범인이 누구라는 것을 영원한 수수께끼로 남기려 한 것을 알 수 있네. 이번 사건에는 여러 가지 의문이 밀림처럼 얽혀 있었지만, 그 명석한 베인스 경감의 협력으로 사건의 핵심을 놓치지 않고 구불 구불한 미로를 더듬어 갈 수가 있었네. 뭐 달리 납득이 가지 않는 점이 있나?" "그 거인 요리사가 되돌아온 이유가 뭘까?" "부엌에 있던 그 묘한 미라 같은 물건을 가져가기 위해서 였겠지. 그 거인은 산 페드로의 원주민으로, 자신의 미신적인 수호신 같은 것이었을 게야. 동료와 함께 미리 정해 둔 은신처로 도망 갈 때, 그만 잊고 갔던 걸세. 그래서 그는 밤에 다시 숨어 들어갔다가 윌터스 경관에게 들켰고, 사흘 뒤에는 끝내 베인스 경감 의 덫에 걸리고 말았던 것일세. 그리고 부엌에서 발견된 죽은 수탉이나 양의 피는 그들의 관습에서 나온 거사 전의 의식에 쓰이는 속죄양 같은 것이 아니었나 생각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