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흥아짐 김장하는날
겨울을 닮은 날<br />첫눈이 내리기 전<br /> 뜰에는 배추가 산처럼 쌓였다.<br /> 햇볕이 쏟아진 마당에 서 있는 고흥아짐의 손길은<br /> 마치 오래된 나무의 뿌리처럼 단단했다.<br />김장하는 날이면<br /> 딸들이 내려오고, 남편도 바빠진다.<br /> 숨죽이며 기다리던 겨울이<br /> 이 하루에 다 모인다.<br />큰 대야 위에서 물이 튀고,<br /> 양념이 손등에 묻어 붉게 번진다.<br /> 누군가는 콜록기침을 하고,<br /> 누군가는 하하 웃으며 파를 다듬는다.<br />그 소란스러움 속에서<br /> 이상하게도 마음은 편안하다.<br />“이 김치로 겨울을 나겠구나.”<br />그 생각만으로도<br /> 집 안은 벌써 따뜻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