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말을 알고 있는 이야기
이제 우리는 시간을 거슬러 간다. 시간은 거꾸로 흐르고, 감정도 바뀌어 갈 것이다. 시공간을 거스른 여행의 종착지는 2014년 4월 16일. 우리는 그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미 알고 있다.
그간 기사로 파편적으로 써오던 글을 모아 10년 만에 손봐 하나의 연재로 묶었다. 취재하고서도 여러 이유로 보도하지 못했던 내용도 처음으로 선보였다. 9장의 5월 소녀의 이야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원제는 ‘243번째 아이’였다. 현장을 취재하는 동안 잊지 못할 순간이 많았지만 압도하는 상실의 충격으로 몸부림치던 소녀의 모습은 이후 내가 정신건강 분야를 계속 취재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9편의 연재 동안 ‘세월호’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았다. 세월호를 부정했다기보다는 단어가 주는 여러 이미지가 있고, 그것을 강제로 차단하였을 때 또 다른 관점이 생길 수 있다고 판단했다. 기억하겠다라거나 잊지 않겠다는 말을 믿지 않는다. 기억하지 못했고, 잊어버렸기 때문에 이태원 참사 등 다양한 형태의 인재(人災)가 되풀이되고 있다. 재앙은 불특정 다수를 향해 광범위한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세월호로부터 벗어나고 싶었다. 세월호를 취재한 것을 후회하기도 했다. 하지만 모든 시작에는 결국 세월호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