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인간 8
김미수 소설집 『모래인간』에는 마지막 여행에서 연인에게 살해될 것을 예감한 여인의 이야기인 「모래인간」, 자신을 떠나간 아내와 만나기 위해 쉼 없이 택시 운전을 하는 남자의 이야기인 「주황색 불빛」, 그리고 시력을 상실해가는 여자를 다룬 「소멸 연습」 등 아홉 편의 단편이 묶여 있다.
정오는 여자의 몸에 코를 대고 큼큼대며 웃는다. 그러는 동안 포장마차 주인이 그 열망의 딱딱한 껍질을 칼로 찢어낸다. 속살이 접시에 담겨 나온다. 그가 멍게 한 점을 초고추장에 찍어 여자에게 내민다. 여자가 그것을 받아먹는다. 그것을 씹는 동안 컴컴하던 기분이 유채색처럼 환한 색으로 덧칠된다. 쌉쌀한 맛은 분명 환한 빛의 맛이다. 벌건 열망 덩어리 멍게는 과연 환한 빛의 맛을 몸속에 가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