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들이 식사할 시간
누설할 수 없는 비밀과 험담이 일렁이는 비정한 세계를 관통하는 서늘한 상상력!
강지영 작가의 단편은 비밀스러우면서 충격적인 사건들로 이루어져 있다. 다양한 이야기 문법과 플롯을 활용한 폭넓은 스펙트럼과 탁월한 이야기꾼으로서의 상상력을 보여주고 있다. 강지영 작가는 단편들마다 ‘비밀’을 깔아두어 서스펜스를 유발한다. 작가는 ‘비밀’을 밝히는 데 집중하는 듯 보이지만, 결말에 이르러서는 철저히 독자의 기대를 배반함으로써 더 큰 충격과 놀라움을 준다.
<개들이 식사할 시간>
주인공 ‘나’(이강형)는 갑작스러운 어머니의 부고에 석연치 않음을 느끼고 고향을 방문하게 된다. 그곳에서 어린 시절 자신의 거짓말로 인해 마을의 잠재적 범죄자, 타자, 불가촉천민이 된 ‘장갑 아저씨’(이창갑)가 오랫동안 어머니의 동거인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하지만 ‘장갑 아저씨’가 기르는 개에게 목덜미가 물리는 끔찍한 보복을 당하면서 ‘나’가 깨닫게 된 것은 자신을 포함한 마을 사람들 전체의 비정함이다.
“하고많은 개들 중에 왜 이놈만 살아남았는지 알아요? 이놈은 지가 개새끼인 걸 너무 잘 알아요. 사람 새끼인 척 아양 떨면서 손바닥 핥는 다른 놈들하곤 질적으로 다르더라니까요. 곧 죽게 생긴 놈이 배고프다고 지 마누라 노릇하던 암컷도 잡아먹은 놈이에요. 개가 개같이 굴어야지 정승처럼 굴면 그것도 참 숭해요. 난 그래서 이놈이 좋아요.” (<개들이 식사할 시간>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