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정보
사자성어로 본 정치풍자 1

사자성어로 본 정치풍자 1

저자
강철린 저
출판사
유페이퍼
출판일
2017-06-12
등록일
2019-02-21
파일포맷
EPUB
파일크기
370KB
공급사
YES24
지원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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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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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광복절 특사’라는 영화가 있다. 감옥에 갇혀 있던 두 죄수가 자신들이 광복절 특별 사면 대상임을 모르고 사면 전날 탈옥한다는 내용의 코미디 영화다. 기발한 설정이기는 하지만, 이런 일이 실제로 일어날까 하는 의문도 든다. 반대의 경우, 그러니까 사면될 것을 예상하고 죄를 저지르는 경우는 어떨까. 요즘은 모르겠지만 조선시대에는 있었다. 다음은 중종 3년(1508) 1월 30일의 기사다.

“사섬시(司贍寺, 조선시대 저화의 주조 및 외거노비의 공포에 관한 업무를 관장하던 관서. 저화는 닥나무로 만든 지폐)의 노비 중 탐욕스럽고 교활하며 글을 아는 자가 있었다. 그는 궁궐에 들어간 조카딸을 통해 얼마 후에 사면령이 내려질 것이라는 헛소문을 듣고는 취한 척하며 누이동생을 때려죽이고 그녀의 재물을 독차지하려다 붙잡혀 옥에 갇혔다. 잡혀가면서 아내를 돌아보며 ‘금방 집으로 돌아올 것이니, 술을 빚어두고 기다리게’라고 했는데, 재판이 끝났는데도 사면령이 내리지 않았다.

아내가 울면서 어떤 사람에게 ‘장차 대사면이 실시돼 실수로 사람을 죽인 자는 처벌을 면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기에 남편이 나에게 술을빚어 두고 옥에서 나오기를 기다리라 했습니다. 그런데 사면령이 내려오지 않으니 어떻게 합니까. 남편이 죽게 생겼습니다’라고 했다. 그 사람이 ‘장차 사면이 있으리라는 것을 어떻게 안 것이오’ 하고 묻자 ‘남편의 친척 중에 나인이 있는데 그가 주상께서 얼마 전 병을 앓다 나으시자 가벼운 죄를 지은 죄수들을 풀어 주셨으나, 마음에 차지 않아 얼마 후에 대사면을 실시하신다고 전해서 알았습니다’라고 했다. 그 사람이 ‘그렇다면 당신 남편이 사람을 죽인 것은 실수가 아닌 게 분명하군’이라고 하니, 누이동생을 죽인 자의 아내가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중종실록 3년 1월 30일)

조선에서는 국가나 왕실에 경사가 있을 때, 왕이나 왕비의 병이 위독하거나 병이 나았을 때, 홍수·가뭄 등의 재해가 일어났을 때, 반역을 제압했을 때처럼 특별한 일이 있으면 그것을 기념하고 어지러운 민심을 달래기 위해 사면령을 내렸다. 사면은 임금이 백성에게 직접 은혜를 베풀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였고 유용한 통치 수단이었다.

사면이라고는 해도 모든 범죄를 용서해주는 것은 아니었다. 시대마다 기준이 조금씩 달라지기는 했지만, 사형이 선고될 만큼 무거운 범죄는 대개 사면 대상에서 제외됐다. 반역을 시도한 대역죄인, 조부모나 부모를 죽인 경우, 처나 첩이 남편을 죽인 경우, 노비가 주인을 죽인 경우, 독약을 사용하거나 저주를 내린 경우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의도적으로 살인을 저지른 경우도 사면 대상에서 제외됐다. 뒤집어서 말하면, 고의적인 범행이 아닌 경우는 사람을 죽였어도 사면받을 수 있었다. 사섬시의 노비가 실수를 가장해 누이동생을 죽인 것은 바로 이 점을 노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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